에어백 조끼·현장 관리 드론…'산업 재해 지킴이' 된 스타트업 [긱스]

입력 2024-02-28 18:07   수정 2024-03-07 16:27

이달 초 충남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방음벽을 설치하던 근로자가 발을 헛디뎌 아파트 2~3층 높이인 지상 5m에서 추락했다. 하지만 착용하고 있던 에어백 조끼 덕에 경미한 타박상만 입었다. 해당 현장을 담당한 A건설사의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근로자가 착용하고 있던 조끼에서 에어백이 터져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며 “전문 스타트업의 안전 솔루션으로 근로자를 보호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여러 비용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조원의 산업재해 손실 막는다
28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가 계속 확대되면서다. 산재 발생 비율이 다른 업종보다 높은 건설·철강 업계에서 관련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기업을 지난달 5~49인 사업장까지 확대하면서 안전 기술 전문 스타트업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중대재해는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1~7월 기준) 산업재해 근로 손실액은 20조7100억원에 달했다. 관련 손실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지난해(1~9월 기준) 590명이다.

지난 26일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거푸집 인양 작업을 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부산 사하구에 있는 철강업체 YK스틸의 하청업체 근로자가 철 구조물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고용부는 이들 업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조끼 에어백으로 추락사 예방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과 잇따른 산업 현장 사고로 다양한 기업이 관련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다. 안전 솔루션 스타트업 세이프웨어는 추락 시 에어백이 터지는 조끼 C3를 개발해 건설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있다. 조끼에 장착된 센서가 추락을 감지하면 인플레이터(팽창 장치)가 0.2초 안에 에어백을 부풀려 머리와 목, 척추 등을 보호한다. 근로자가 최대 7m 높이에서 떨어져도 큰 부상을 입지 않는다. 사고 발생 시 비상연락망으로 추락 위치와 상황을 알려주는 응급콜 기능도 제공한다.

세이프웨어는 지난 한 달 동안 근로자 50명의 사상 사고를 막았다. 근로자 추락 시 에어백이 터지면 카트리지를 교체해야 한다. 세이프웨어는 최근 1년 동안 600개 정도의 카트리지를 교체했다. 연간 600건의 추락 사고에 대응했다는 뜻이다. 카트리지 교체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세이프웨어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900곳에 C3 제품 1만2000벌을 공급했다.

올해는 국내 다른 건설사, 중공업 기업과 신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신환철 세이프웨어 대표는 “기업들의 에어백 조끼 만족도가 높다”며 “C3의 무게를 1.8㎏에서 990g으로 경량화하고 안전 성능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웨어러블 카메라 제조 스타트업 링크플로우는 근로자의 목에 착용하는 카메라 ‘넥스’를 개발해 건설 현장 등에 공급하고 있다. 360도 촬영 영상을 실시간으로 외부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현장 관리자와 근로자가 소통하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근로자가 SOS 버튼을 누르면 현장 관리실에 알람을 보내 대처하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링크플로우와 계약한 건설사는 전국 35곳이다. 매출은 지난해 50억원으로 3년 전인 2020년(7억6000만원)보다 6배 이상 늘었다.

넥스를 이용하는 한 발전소 현장의 안전관리자 B씨는 “발전소 높은 곳에서 하는 작업은 낙하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360도 카메라로 근로자와 관리자가 소통하며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더 많은 근로자에게 넥스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드론 등 첨단 기술 투입
조선소와 화학 공장에서 유해가스 누출 여부를 파악해 사고를 막는 스타트업도 있다. 에이치에이치에스(HHS)는 안전모에 탈부착할 수 있는 100g 내외의 센서 모듈을 개발했다. 이 센서로 유해가스를 감지하고 근로자의 뇌파와 맥박, 심박수 등도 측정할 수 있다. 회사는 근로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울산항만공사와 현대미포조선, 삼성물산,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안전장비 제조업체 스토리포유는 건물의 기울기와 외부 충격으로 인한 진동량 등을 측정해 붕괴 위험 지수를 산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거푸집 등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기울기 0.01도의 변화까지도 잡아낸다.

스타트업 뷰메진은 드론으로 건설 현장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건설 시공 품질관리 솔루션 ‘보다’를 활용해 드론으로 건물 외부의 균열 유무를 확인한다. 현장 근로자가 로프를 타고 외벽을 검사하던 업무를 드론과 관련 솔루션으로 대체했다.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0.1㎜ 수준의 작은 균열도 잡아낼 수 있다.

건설 드론 데이터 솔루션 업체 엔젤스윙은 건설 현장의 안전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드론 촬영으로 얻은 현장 데이터로 해당 공간을 가상 공간으로 재현한다. 가상 공간에서 실제 작업 계획을 시뮬레이션하고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산업 재해를 파악하는 플랫폼이다.

안전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상당수 기업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 5~49인 사업장의 경우 ‘관련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80%에 달했다. 확대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은 83만7000곳에 이른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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